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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일기

[뉴스] 테슬라 주가 50% 폭등, 그 뒤엔 '거대 ETF의 진격'

by 축구와 주식 알아보기 2020.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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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 (우측) 칼 아이컨 아이컨엔터프라이즈 회장 / 일러스트=김성규

12월 18일 미국 증시가 거래를 마치는 시간, 전세계 자산운용사가 약 700억달러(76조원)에 달하는 테슬라 ‘매수’ 주문을 넣을 예정이다.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 시가총액의 약 15%에 달하는 거대한 자금이 이 주식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테슬라의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 편입(21일) 결정으로 S&P 500 지수에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ETF(상장지수펀드)는 무조건 18일 종가로 테슬라 주식을 사서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굵직한 돈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나날이 몸집이 불고 있는 ETF다. S&P 500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펀드의 규모는 약 4조5900억달러로, 독일 국내총생산(GDP)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커졌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장은 “이 정도로 큰 자금이 일시에 한 종목을 산 적은 없었다. 테슬라 주식은 거래량이 워낙 많아 필요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글로벌 운용 업계는 주식 수급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리서치 회사 ETFGI 집계 결과 올해 11월까지 ETF로 순유입된 돈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난 6590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1월 한 달 동안에만 역대 최대인 1210억달러가 순유입됐다. ‘시장을 이기지 않는다. 시장을 따라간다’는 취지로 2000년대 초반 등장한 ETF가 빠르게 커지면서, 이젠 반대로 시장이 ETF를 따라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S&P글로벌이 테슬라의 S&P 500 편입을 발표한 후 약 한 달 동안 테슬라 주가는 50% 가까이 폭등했다. 실적과는 무관하다. 지수 편입으로 인해 패시브펀드(수익률이 지수를 따라가는 펀드), 그중에도 특히 몸집이 커진 패시브 ETF의 자금이 테슬라 주식을 뭉텅이로 사들이리라는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이끄는 중이다.

ETF는 왜 이렇게 불어나고, 이런 ‘진격의 ETF’ 시대에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변수는 없을까. Mint가 전문가 12명을 인터뷰해 주식시장을 흔드는 ETF의 세계를 분석했다.

테슬라 S&P 500 편입 뉴스와 주가

주식시장 쥐고 흔드는 ‘빅3’의 ETF

ETF, 그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지수 추종형(지수에 수익률 연동) ETF는 지수에 편입된 종목을 시가총액 비중대로 사서 담는다. ‘패시브 ETF’라고도 불리는데,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기 때문에 투자가 쉽고, 수수료는 싸다. 여기에 자동으로 분산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장점까지 있어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져 왔고, 코로나 확산 이후 주식 투자 인구가 늘면서 ETF로의 자금 유입은 속도가 더 빨라졌다.

ETF계의 빅3로 불리는 회사는 블랙록·뱅가드·스테이트스트리트(SSGA)로 모두 미국 회사다. 뱅가드의 ETF엔 연초 이후 전년 동기 대비 50% 늘어난 1780억달러가 유입됐고, 블랙록 ETF엔 1600억달러, SSGA로는 386억달러가 들어왔다. 토드 로젠블루스 CFRA 리서치 헤드는 Mint에 “올해 증시가 많이 상승하며 개인 투자자가 많이 늘었는데, 어느 기업에 투자할지 고민할 것 없이 ‘시장 자체’에 베팅하려는 투자자가 늘어나 ETF로의 자금 유입이 늘었다”고 말했다.

ETF를 중심으로 빅3의 운용 자산이 불어나면서 이 회사들이 운용하는 돈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중국 GDP보다 큰 16조8000억(약 1경8000조원)달러로 증가했다. 이들이 굴리는 ETF의 규모만 4조2400억달러(12월 7일 기준)다. 애플 주식의 17%, 마이크로소프트의 19%, 제너럴모터스의 18% 등 지수에 편입된 대다수 미국 대기업 지분의 약 5분의 1을 이 ‘빅3’가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지루하게 시장을 따라간다’며 ‘거북이’ 취급을 받아온 ETF는 알짜 종목을 기민하게 골라담는 ‘토끼’를 표방하는 (액티브) 펀드매니저보다 종종 좋은 성적을 낸다. ‘헤지펀드 제왕’이라 불리는 레이 달리오의 간판 펀드인 ‘퓨어알파 2’는 올해 3분기까지 수익률이 마이너스 20%였고, ‘기업 사냥꾼’ 칼 아이컨도 올해 3분기 11% 손실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는 연초 대비 13%가 올라, S&P 500 ETF 투자자는 그만한 수익을 거뒀다.

S&P 500 지수 ETF

S&P 500 다음 편입 후보 알아내자

“패시브 인덱스 펀드와 ETF의 지저분한 비밀은 그들이 추종하는 지수 안에 포함된 주식에만 매일 돈을 퍼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해진 마이클 버리(크리스천 베일이 연기)의 말이다. ETF가 과도하게 커지면서 지수 추종형 ETF가 시장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시장이 ETF를 따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예를 들어 S&P 500을 추종하는 ETF는 투자금이 유입되면 시가총액 순으로 주식을 사서 담아야 한다. 자동으로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 즉 애플·MS·아마존 같은 대형주를 더 사게 되고 S&P 500에 편입되지 않거나 비중이 작은 종목은 소외된다.

‘ETF의 힘’ 때문에 테슬라처럼 지수 편입 여부 자체가 주가를 뒤흔드는 요인으로 작동하는 일도 빈번해진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9월 S&P 500 편입이 불발된다고 했을 때 폭락했다가, 지난달 ‘드디어 편입된다’는 소식이 발표되자 바로 강하게 반등했다. 김남기 미래에셋 ETF운용부문장은 “테슬라의 경우 기계적으로 워낙 많은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니 사실상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 편입 대신 S&P 500에서 빠질 회사는 ‘아파트먼트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라는 부동산 회사인데, 이 소식이 발표된 지난 11일 장외 시장에서 주가가 4.5% 하락했다.

일론 머스크가 CEO인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16일 S&P 500 지수 편입 발표 이후 약 한 달 만에 50% 가까이 폭등했다. /AFP 연합뉴스

주요 지수 편입이 ‘자동 대박’이란 인식이 고착되면서, 차기 주자를 예측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블룸버그는 S&P 500 등 주요 지수 편입 요건 및 이에 따른 차기 유망주를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이 분석에 따르면 S&P 500 편입을 대기 중인 1순위는 줌, 2순위는 스퀘어, 3순위는 VM웨어다. 지난 6개월 동안 주가가 각각 66.1%, 138.0%, 3.6% 오른 테크 회사들이다. 얀 피흐트너 암스테르담대 시니어 연구원은 “ETF로 많은 투자자가 몰릴수록 ETF가 추종하는 주요 시장 지수 영향력도 크게 증가한다”며 “지수 편입 여부가 말 그대로 꼬리가 몸통을 흔들 듯 특정 기업의 주가는 물론 금융 시장 전체를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은퇴한 데이비드 블리처 전 S&P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S&P 재직 시절을 돌이켜봐도 주가지수가 이 정도로 화제가 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빅3의 입김에 ‘돈의 흐름’이 바뀐다

ETF 덕분에 몸집이 급속히 불어난 블랙록·뱅가드·SSGA 등 ‘빅3’는 투자자가 맡긴 돈으로 얻은 힘을 통해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준목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경영학과 연구원은 “ETF로의 자금 유입이 급증하면서 이른바 ‘빅3’ 초거대 자산운용사는 S&P 500 기업 총 지분의 20% 이상을 들고 있는 상황이 됐다. 투자자가 ‘지수 수익률을 얌전히 따라가야지’라는 취지로 맡긴 돈으로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옳은지, 이들이 기업의 판단과 돈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연구는 현재 미국 경제·경영·법학계의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들 ‘빅3’의 투자 방향과 철학에 따라 기업 경영의 방향, 나아가 유망 업종이나 투자의 흐름까지 영향을 받는다. 블랙록과 SSGA가 이끌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이 대표적이다. 블랙록은 지난 1월 ESG 요소를 자산 운용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액티브 펀드에 이런 운용 원칙을 적용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ETF 등을 통해 지분을 많이 보유한 기업의 주주총회 등에서 목소리를 냄으로써 기업이 ESG 가이드라인을 지키도록 압박하기도 한다.

블랙록의 올해 초 선언 이후 ESG 분야엔 본격적으로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고 연초 이후 3분기까지 ESG 관련 펀드에 유입된 전 세계 자금은 전년 동기 대비 3배나 늘어난 약 10조원으로 급증했다. 반대로 ESG 기준에 미달하는 분야, 즉 석유 에너지 분야의 주식은 연초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다. 존 레켄세일러 모닝스타 연구원은 “올해 ETF 시장의 가장 큰 트렌드는 ESG인데, 블랙록의 막강한 자금력과 마케팅이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빅3’가 주목하는 테마를 모르면 돈의 굵직한 흐름을 놓칠 위험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10년간 패시브 vs 액티브 펀드 연평균 수익률 비교

비대해진 ETF, 꼬리가 시장 흔든다

ETF가 ‘공룡’을 넘어 ‘괴물’이 될지 모른다는 데 대한 논란도 달아오르고 있다. 월가(街)의 ‘이너 서클(내부 핵심층)’격인 3대 자산운용사와, 주요 지수를 관리하는 S&P·MSCI·FTSE 등 ‘지수 빅3’가 시장을 지나치게 뒤흔들고 있다는 우려가 대두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말 “지수와 이를 추종하는 ETF는 시장의 흐름을 측정하고 따른다는 당초의 취지로부터 상당히 멀어져 테슬라처럼 지수 편입 자체가 주가 폭등을 유발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들이 시장에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낼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유럽 금융 당국의 자문위원인 마르코 파가노 나폴리대 교수는 “아직 논쟁이 진행 중이지만 ETF 쏠림 현상으로 인해 시장의 자정 능력이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S&P의 팀 에드워드 지수투자전략 디렉터는 “ETF의 엄청난 거래 규모 그 자체가 적정 가격을 찾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ETF 시장은 앞으로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간편한 투자를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뿐 아니라 기존 투자자도 ETF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은 “과거에는 펀드매니저가 기업 방문 등을 통해 미리 정보를 입수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내부 정보조차 주가에 재빨리 반영되는 편이다. 비싼 수수료를 내고도 주가지수보다 낮은 수익률에 실망한 투자자들의 경험이 쌓여 패시브 ETF로의 자금 유입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주가 50% 폭등, 그 뒤엔 ‘거대 ETF의 진격’

12월 18일 미국 증시가 거래를 마치는 시간, 전세계 자산운용사가 약 700억달러(76조원)에 달하는 테슬라 ’매수‘ 주문을 넣을 예정이다.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 시가총액의 약 15%에 달하는 거대한 자금이 이 주식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테슬라의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편입(21일) 결정으로 S&P500 지수에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ETF(상장지수펀드)는 무조건 18일 종가로 테슬라 주식을 사서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이 굵직한 돈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나날이 몸집이 불고 있는 ETF다. S&P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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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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